저는 솔직히 "대출 먼저 갚자" 쪽입니다. 큰돈은 아니었지만 여윳돈이 생겼을 때 대출부터 갚아본 적도 있습니다. 그런데 같은 시기에 회사 동료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다섯 배를 벌었습니다.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"내가 틀린 건가" 싶었습니다. 그래서 감이 아니라 숫자로 따져보기로 했습니다.
대출 상환은 '확정 수익'이다
금리 4.5% 대출이 있는데 3,000만 원을 갚으면, 매년 이자 135만 원을 안 내도 됩니다. 5년이면 675만 원입니다.
이 135만 원은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.
- 확정입니다.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무조건 아낍니다.
- 세금이 없습니다. 투자 수익은 세금을 떼지만, 아낀 이자에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.
- 원금이 줄지 않습니다. 갚은 돈은 사라진 게 아니라 빚이 줄어든 것입니다.
그러니까 대출을 갚는 건 세후 연 4.5%짜리 무위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과 같습니다.
투자가 이기려면 넘어야 하는 선
투자 수익에는 세금이 붙기 때문에, 대출 금리보다 조금 더 벌어야 겨우 본전입니다. 이 선을 손익분기 수익률이라고 합니다.
손익분기 수익률 = 대출 금리 ÷ (1 − 세율)
| 투자 대상 | 세율 | 대출 4.5%일 때 손익분기 |
|---|---|---|
| 배당·이자 소득 | 15.4% | 연 약 5.3% |
| 해외주식 양도차익 | 22% | 연 약 5.8% |
즉 대출이 4.5%라면 매년 5.3~5.8% 이상을 꾸준히 벌어야 갚는 것보다 낫습니다.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'꾸준히'입니다. 평균 수익률이 7%라도 어떤 해는 −20%가 되는 게 투자입니다. 떨어진 해에도 대출 이자는 꼬박꼬박 나갑니다.
동료의 다섯 배는 뭐였을까
동료의 선택이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. 다만 그건 결과를 알고 나서 보는 이야기입니다. 같은 때 다른 종목을 산 사람도 있고, 반토막 난 사람도 있습니다. 잘 된 이야기만 들리니까 투자가 늘 이기는 것처럼 느껴질 뿐입니다.
제가 대출 상환을 먼저 하는 이유는 투자가 나빠서가 아니라, "확실히 5~6% 이상 벌 자신이 없으면 확정된 4.5%를 먼저 챙기자"는 것입니다. 투자를 할 거라면 그 자신이 있는지부터 스스로 물어보면 됩니다.
그래도 무조건 갚으면 안 되는 경우
- 비상금이 없을 때: 생활비 3~6개월 치는 남겨두세요. 다 갚았다가 급전이 필요해 다시 빌리면 금리가 더 높을 수 있습니다.
- 중도상환수수료가 클 때: 대출받은 지 얼마 안 됐다면 수수료가 붙습니다. 남은 기간에 비례해 줄어드는 경우가 많으니 은행에 먼저 확인하세요.
- 금리가 아주 낮을 때: 예전에 2%대 고정금리로 받은 대출이라면, 세후 예금 이자만으로도 비슷하거나 더 나을 수 있습니다. 이 경우는 투자가 아니라 확정 상품끼리 비교하면 됩니다.
- 주택담보대출 이자 소득공제를 받고 있을 때: 연말정산에서 이자 일부를 돌려받고 있다면 실제 부담 금리는 표시 금리보다 낮습니다.
한 줄 정리
- 대출 상환 = 세후 확정 수익 (대출 금리만큼)
- 투자가 이기려면 대출 금리 ÷ (1 − 세율) 이상을 꾸준히
- 자신이 없으면 갚고, 비상금과 수수료는 먼저 챙기기
※ 이 글은 대출 상환과 투자를 비교하는 방법을 설명한 참고 자료이며, 특정 투자를 권하거나 말리는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. 세율은 2026년 기준 일반적인 경우이며 개인 상황과 상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.